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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생각노트

영어 이름에 대하여 - 영어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는 이유

영어 이름에 대하여 - 영어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는 이유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영어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외국으로 떠나니 영어 이름이 있는게 좋겠다. 사람들이 부르기 쉽게 말이야. 

  제시카? 줄리? (내 이름에 들어간 이니셜로 시작하는 이름을 생각해봤다고 한다.) 생각만 하다 너무 내 이름 답지 않아서 그냥 이름 중에 한 글자를 따서 '윤(Yun)' 이라고 이름 붙이고 아일랜드로 떠났다.

  어학원에서 보다 보니 대만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이름을 만들어서 영어이름으로 불리는게 익숙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할 때도 영어 이름으로 소개하는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대만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인의 이름 그대로 소개했다. 이름이 긴 경우에는 짧게 줄여서 소개하기도 했지만 거의 원래의 이름 그대로 소개하려고 했다.
  한국 친구들도 이름이 크게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그대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영어 이름을 쓰는게 왠지 모르게 너무나도 어색해서 그냥 윤이라 부르라 했다.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회사에서도 나는 윤이다. 윤이라는 이름은 성이 되기도 하니 한국에서는 날 윤씨로(?) 아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던 중에 하루는 심심하기도 하고 영어 이름을 만들어 보는게 어떨까, 라고 생각한 날이 있었다. 아일랜드의 겨울 밤은 꽤나 길어서 (오후 네시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시덥잖은 일들을 많이 했었다. Google 검색창에 '인기 있는 여자 아이 이름'을 검색 했다. 그 리스트 중에 하나로 나온게 라일라 (Laila). 그냥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다음날, 이 이름이 원어민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지 어학원 선생님에게 '영어 이름으로 라일라(Laila)를 하려고요. 이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라고 물어보니 

  네 이름 듣고서 네가 대답만 잘 한다면(?) 전혀 문제 없지. 

  너무 단순한 답변인데 뭔가 심장이 철렁했다. 왜 내가 굳이 내가 듣고도 답변 못할 이름을 만들어서 굳이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는 건가? 이름을 라일라로 바꿈으로써 내 이름이 그 이름으로 인식되기 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름만 들었을 때 이 이름이 한국인의 이름인지, 미국인의 이름인지 알 길이 없으니 조금 애매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 그건 윤이다. 계속해서 윤으로 가야겠어. 


그렇게 쓰게 된 이름은 현재 내 명함에도 찍혀 있고 회사에서도 윤이라 불리게 된다. 멀리에서도 윤이라는 소리엔 귀를 쫑긋 세우고 반응 하겠지만 라일라라고 불렸을 땐 그 반응이 어떨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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