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슬립(Pink Slip)이 일깨워 준 업무를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
이직을 준비할 무렵, 이직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이직을 할 생각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원할때까지'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계약직으로의 이직은 고려하지 않았다. (2년 후,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할 자신이 없었다.)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이 오더라도 제일 먼저 확인 하는 것이 '이 자리 혹시 계약직으로 열려 있는 자리인가요?'를 먼저 묻고 진행할 정도로 심사숙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미국 IT 회사. 새로운 분위기와 업무 방식으로 문화 충격 아닌 충격을 받고 또 한 번 내 마음을 뒤숭숭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PERMANENT로 취직했는데 미국 회사는 핑크슬립이라는 제도가 있단다.
핑크슬립? 그게 뭔데? 해고통지서를 일컫는다.
핑크 슬립
미국에서 해고통지서를 일컫는 말. 핑크 슬립은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서 유래했다.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 공정이 느려지기
terms.naver.com
채용을 할 때 해당 직책에 대한 기대치 대비 퍼포먼스(실적)이 나오지 않거나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 해고 통지가 가능하다는 말.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미국의 실업률이 세계대공황 이후로 최고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이에 따라서 해고 절차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해고 통보가 이루어지면 그 효력은 즉시 유효하며 바로 컴퓨터를 반납하고 업무에서 손을 떼면 된다.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해고를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수습기간을 두어 업무 적합성을 3개월 ~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 해고 절차가 이루어질 경우 30일 정도의 시간을 준다.
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생각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짤리는 것보다 낌새를 봐서 내가 한 발 빠르게 나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아니야, 그래도 짤리면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까 무조건 버텨야겠다. 라는 영양가 없는 생각들로 내 머릿속은 가득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프로 운동선수가 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본인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계약을 한다고 했을 때, 그 능력치를 다 발휘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아닐것이다.
생각을 바꾸니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나와 회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 파트너로서 매년 정기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와 함께 나의 커리어와 스킬은 쌓이고 회사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 근무할 동안엔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나서는 계속해서 그 소속사에 남아서 일을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나의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고 나를 더 인정해줄 수 있는 다른 소속사를 찾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
2년이 지난 지금 핑크슬립에 대한 생각은 지우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 고민하는 편이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한 마음이 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상기시키게 되는 촉진제가 된다. 회사를 벗어났을 때 그 자체로의 나로서는 어떠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 컨텐츠를 만들고 나를 브랜드화 시켜보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위기의 또 다른 말은 기회이듯이 변화 속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은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해 보는 것, 그래야 후회도 남지 않으니까.
핑크슬립(Pink Slip)이 나에게 준 불안감이 업무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변화시켰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 공감 부탁 드립니다 :)
댓글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Work > 🐷미국 IT기업 적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ge2. 알파 리뷰 (Alpha Review) [프로젝트 라이프사이클] (0) | 2020.08.23 |
---|---|
이론없이 경험으로 배운 프로젝트 관리 (0) | 2020.08.18 |
프로 재택근무러 - 집에서도 OK! 카페에서도 OK! (0) | 2020.08.14 |
Stage 1. 킥오프 미팅 (Kickoff Meeting) [프로젝트 라이프사이클] (0) | 2020.08.10 |
2018년도의 나에게 (0) | 2020.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