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일기를 쓸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방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2018년도 일기장. 오랜만에 추억여행 좀 해볼까 싶어서 열어 봤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
2018년의 나를 꼭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2018년도는 이직 준비를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면서 바쁜 1년을 보냈다. 입사하자마자 일기장에는 피곤하다, 무기력하다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더니 '회사에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불확실하고 붕 뜬 기분이 든다고' 말하고 있었다.
회사의 규모, 업무 방식, 매니저의 부재(?) 이 모든게 새롭고 어색했기 때문에 난 자꾸 헤맸고 어려워했다. 아주 작은 팀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엔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동료와 매니저는 호주,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데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이건 너무 간단해서 물어보는건 너무 바보같은 일 아닐까?'라고 지레짐작하고 혼자서 며칠을 끙끙댔다.
적응하느라 온통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휴가로 떠난 라오스에서는 발에 염증이 생겨 걷기 힘들 정도가 되었고, 연이은 위염과 장염으로 건강은 몸 상태는 극도로 약해졌다. 시간은 흐르는데 진도가 1도 안나는 느낌. 그러다가 갑자기 각성하고 '일년만 진짜 미친듯이 빡세게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6개월차까지 일기를 썼는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안되면 말고-' 정신을 탑재하게 됐다. 이전 회사에서는 내 업무는 거의 다 내 손안에서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배웠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공유와 스피드를 가장 큰 기업 문화로 가지고 있었다. 초반에 매니저와 다른 팀원들이 나에게 해 준 말이 있다.
'초반 30분 정도는 검색도 하고 여러가지 시도도 하면서 방법을 알아내보려고 해봐,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건 네가 그 것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거야. (모른다는거지..) 아무리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생각되도 다른 동료 컨설턴트에게 바로 물어봐. 너는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Speed).'
처음엔 그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을 거는 것 조차 눈치를 봤는데, 이 말을 들은 이후부터는 내가 모르는게 나왔을 때 혼자 끙끙대지 않고 바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중요한 건 이 일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토스하고 답을 얻어서 고객에게 빠르게 답을 전달하는 것이다.' 라는 점을 배웠다. '뭣이 중한디?' 정신으로 뻔뻔하게 계속해서 물어보고 물어본다.
그렇게 이 회사의 문화와 나를 맞춰가면서 1년을 보냈다. 첫 해가 지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실전에서 여러 동료들에게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은 입사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제법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 아주 여유로운 삶은 아니지만 업무와 내 생활의 밸러스를 잘 맞추면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즐겁게 살아야지! 라고 다짐해 본다.
지난 5월부터 아침일기를 쓰고 있다. 미라클모닝도 함께 시작하면서 아침엔 명상과 요가로 시작하고 책을 읽는다.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적고 입 밖으로 내뱉어본다. 매일 해오는 작은 변화가 나에게는 큰 변화로 다가왔다. 아침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블로그는 다시 재개하여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요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Just Do It'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작은 것부터 실행해볼 수 있다면 바로 Just Do It. 눈치볼 것도 없고 준비가 될 때 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냥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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