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미국 IT기업 적응기

이론없이 경험으로 배운 프로젝트 관리

융이버스 2020. 8. 18. 22:04

 

 

  입사 1년 차, 일년이 지나니 숨통이 트였다. 이제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고 업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강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매일 나뭇가지, 아니 나뭇잎만 주구장창 보다가 비로소 나무가 보이고 숲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대만 출장때 버블밀크티를 많이 마셨는데 매일 1L 정도 마신듯하다. 역시 버블티의 나라.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감

  한국을 포함해서 대만, 홍콩까지 총 3개 국가에서 사용할 이벤트 관리 솔루션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진행하는 솔루션이라 떨렸다. 하나씩 배우면서 진행하는 것이니까 두려워하지 말라고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님이 말해줬다. PM님 덕분에 부담은 한결 덜었지만 내가 해야할 일들을 잘 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프로젝트 시작하고 나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매일 매일이 새로움에 연속이었고 중간에 팀원이 사라져서(?) 전체 프로세스를 PM님과 단 둘이 진행해야만 했다. 새롭게 배우고 솔루션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매일이 야근의 연속이었다. 이때 내 삶의 유일한 낙은 퇴근 후 삼성역부터 압구정역까지 걷기 (1만보 정도) 였는데, 프로젝트 후반부에 갈수록 업무에 치여 걷기 조차 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12시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괜스레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배우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내가 잘 하고 있는지는 계속해서 의문이 드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기대(Expectation)관리 In Scope? Out Of Scop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오늘 적어보고자 하는 내용은 고객의 기대 (Expectation)를 관리하는 일이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계약서 내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적어 문서화한다. 보통은 계약서 내에 있으면 In Scope 이고 그 밖의 내용은 Out Of Scope,즉 프로젝트 내에서 취급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있을 경우엔 Change Order 등을 발행하여 별도로 처리하거나 프로젝트를 연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처음엔 그러한 개념조차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까라면 까(?)' 정신으로 모든걸 해결하려고 했다. 계약 내에서 포함할 수 있는 범위가 100인데 조금씩 추가 되는 요청사항이 간단하다고 해서 다 수락해버리면 나중에는 200을 해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딩 과정을 거칠 때 무조건 다 하겠다고 주장하는(?) 개발사를 조심하세요.) 200을 시간 안에 다 마무리 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에 따라서 일정이 예상보다 한참이나 지연되거나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서와, 해외출장은 처음이지?

  입사하자마자 교육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로 급 떠난게 첫 번째 해외출장이었다.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교육 일정이 마무리되면 싱가포르 구경도 하고 나홀로 시티 투어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방식으로 교육 & 회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떠난 출장은 다소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팀원들과 회식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꼭 있었다. (드라마에서 한 번 봤던 것 같은 그런 해외출장st)

  이번에 떠난 해외출장은 프로젝트 관련 출장으로 고객을 만나고, 프로젝트 관련 중요한 마일드스톤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마음가짐 또한 달라지게 된다. 이번 해외출장의 목적은 UAT(User Acceptance Testing)이다. 

 

 

 

 

  UAT는 Kickoff Meeting 이후 여러 차례의 리뷰를 거치면서 확정된 최종 버전의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게 될 영업 담당자 (End User) 및 영업팀 매니저, 마케팅팀, 컴플라이언스팀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Stakeholders)를 모두 초대한 후, 직접 데이터의 입력/변경/승인 과정까지 진행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전에  준비된 테스트 스크립트(Test Script) 에 맞춰 담당자들은 본인이 앞으로 어떻게 업무를 해 나갈 것 인지에 대한 교육하는 목적이 없지는 않지만 주된 목표는 요청사항에 맞게 모두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UAT 가 중요한 이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도입이므로 비즈니스 내부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은 물론 프로젝트팀에서도 새로 추가된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며 더 이용하기 쉽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실제로 사용하게 될 담당자에게  사용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인식을 남기게 된다면, 실제로 사용하게 될 때 이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 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있어 네트워크의 확대, 사용량의 증대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도 같이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벤트 관련 시스템에 뉴비고 Support 하는 역할로서 프로젝트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PM님의 보호막 아래서 업무를 진행해 나갔다. UAT를 앞두고 PM님이 깜짝 놀랄만 한 제안을 해 주셨다. 리뷰 미팅도 모두 잘 진행했으므로 UAT 미팅 리딩은 내가 직접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이었다. 

#Meeting Attendee OR Meeting Organizer(미팅 참석자와 미팅 주최자의 차이)

  미팅에 참여한다는 것은 내용을 잘 듣고 의견을 제안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라면, 미팅을 주최하여 진행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액티비티(Activity)다. 미팅의 목적에 맞게 아젠다를 준비하고 흐름에 맞게 시나리오가 구성되어야 한다. 미팅이 긴 시간 이어진다면 중간 중간에 참여자의 반응도 살피고 먼저 질문을 걸기도 한다.

좋은 기회다. 프로젝트를 조금 더 가까이서 오너십을 가지고 운영해볼 수 있다.

  이주 동안 UAT 기간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한국팀을 대상으로 UAT를 진행하고 그 이후엔 대만으로 이동하여 대만/홍콩 팀을 대상으로 UAT를 진행하게 되었다.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주일 먼저 한국에서 진행하게 된 것은 정말로 '나이스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로 전체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체득하고 그 다음주에는 같은 프로세스를 영어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이 좋은 이유는 호텔 조식을 5일 내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여행도 간 적이 없었고 처음 방문한 대만이었다. 운이 좋게도(?)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에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호텔과 사무실만 오가며 UAT를 진행했다. 오전에는 Demo 를 하고 스크립트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준다. 담당자들이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중간 중간에 피드백을 받고 답을 해준다. 버그가 발견되면 미팅이 마무리 된 후 오후부터 수정 작업에 돌입한다. 그 다음날 아침, 버그 수정에 관한 리포팅을 한다. 그 과정을 연속하며 5일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다행히도 그 중 하루 저녁은 약간의 여유가 생겨 야시장에 구경을 가기도 하고, 마지막 날 저녁에는 저녁 비행기를 타고 바로 서울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분주히 움직였다. 그렇게 나의 대만 방문기는 끝났다.

  그 이후로는 한국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게 되어 국내 출장만 다니게 되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회사 관련 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쯤 상황이 좋아질 수 있을까? 구경도 못하고 여유롭게 보내지 못했던 일주일이지만 낯선 곳의 공기와 정취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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