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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여행기

1. 내 생애 가장 다이나믹한 일주일 (아일랜드 어학연수)

 


아일랜드 어학연수를 떠난 건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의 여름이었다. 2015년 7월 18일에 아일랜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그로부터 딱 1년 후에 귀국했다.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고, 해외에서 살아본 적도 처음이라 모든게 낯설고 어색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게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더럽고 치사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서 모든게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웃음)


  당시에 네이버 블로그에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지금 보면 뭔가 짠하기도 한데, 그때의 기록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해서 가끔 꺼내서 읽고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는데, 코멘터리 방식처럼 그때의 감정을 복기해보고 추억을 다져보려고 한다. 


 

1일차 : 인천 - 암스테르담 - 더블린

 

  직항도 없는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 유학원에서 설명을 듣기 전까지도 내 레이더망에 들어온 나라는 아니었다. 미국, 캐나다 아니면 호주는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유럽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 그 중에 물가가 더 저렴한 아일랜드로 내 일년 간의 정착지는 정해졌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이 지루했지만 설렜다. 여행의 매력인 기내식은 혹시나 내가 자는 사이에 놓쳐버리지는 않을까 싶어 자다가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잠이 깨곤 했다. 그래서 두끼와 간식까지 모두 먹었다는 (꿀꿀?) 딱 사육당하는 느낌이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8시간 정도 대기 후 더블린으로 환승하는 일정이었는데, 환승도 처음 이다보니 '밖으로 나간 다음에 다시 체크인하고 들어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다. 정신이 없었는지 보안검색대에서 '이 노트북 누구 것이냐'라고 묻는 질문에 '디스 이즈 낫 마인' 이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내껀데요..)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데도 자꾸 목례와 손을 함께 흔드는 인사가 함께 나왔다. (후...동방예의지국...)

 

 

 

 

  정신을 차릴겸 공항의 스타벅스에 왔다. 스타벅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한국 여행객과 유학생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장소다. 홈타운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거든.. (한국 스타벅스에서 먹는 메뉴를 여기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당당하게 시킬 수 있으니까! 아그작)

 

2일차 : 더블린 - 홈스테이로!

 

 

  더블린 입국 도장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우선 3개월간 머물 수 있는 임시 비자를 받았다. 한 달 안에 이민국으로 가서 GNIB 비자를 발급받아 비자를 연장하면 된다고 한다. 처음이니까 더블린 공항에서 홈스테이로 가는 길은 유학원의 픽업서비스를 신청했다. 구역 설명도 해주고 더블린의 주거형태에 대해서도 (플랫, 아파트, 하우스) 설명해줬다. 

 

  홈스테이에 도착!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우리집에는 나 말고 2명이 더 묵었는데 한명은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였고, 다른 한명은 브라질에서 온 영어 선생님이었다. 이 주 동안 나와 가장 큰 유대관계를 맺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엘모다. 엘모는 이 집의 터줏대감(?)으로서 귀여운 비숑 강아지다.

 

 

 

 

    짐을 대충 풀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우선 월요일부터 다니게 될 어학원의 위치를 홈맘에게 전달 받고, 나에게 주는 첫 번째 미션으로 학원을 찾아서 걸어보기로 했다. 집에서 학원은 5분 정도로 가깝다. 대충 그린 것 같지만 정확한 손지도 덕분에 더 빨리 찾았는지도 모르지.

 

 

홈맘의 대충 그렸지만 정확한 손지도

 

 

 

  아일랜드의 여름은 참 길다. 9시까지 대낮처럼 밝더니 10시 무렵이 되어야만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여름엔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 때 더 많이 즐겨둘 걸 그랬다. 여름의 그 넉넉한 시간이 겨울이 되면 도둑 맞듯이 뺏겨버리니까.. (3시부터 어둑어둑하더니 4시만 되면 깜깜해진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날씨, 나도 모르게 집순이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시간은 저녁 9시, 난 이미 침대에 누웠고!

 

 

 

3일차 : 오늘은 관광객 모드

 

 

 

 

  오늘은 관광객 모드로 시티 구경을 나가보려고 한다. 간단한 짐과 물병, 우비, 그리고 카메라! 버스타고 가는데 어디가 시티센터인지도 잘 모르니 불안했다. (아직 아일랜드 번호를 개통한게 아니라서 구글맵도 못보니까 더 불안했는지도..) 옆에 앉은 여자분에게 '익스큐즈미' 하며 말을 걸어 보았다. '나 오늘 더블린 처음 왔고 버스도 처음인데 시티센터는 어디서 내리면 되나요?' 라고. 그랬더니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더니 친절하게 내려서 같이 걸어가주기도 했다. (아아, 좋은사람)

 

  낯선 곳에서 느낀 낯선이의 친절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선한 영향력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늘의 메인 미션은 휴대폰 유심을 구입하고 탑업을 하는 것. 대충 눈치를 보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길래 그 뒤로 쭈뼛쭈뼛 이동해서 줄을 섰다. 20유로로 심카드를 구매하고 카드에 입력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탑업을 했다.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왜 화면은 아직 먹통인지 모든게 미심쩍고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나를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영수증 보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잘 처리 되었고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여러분! 드디어 제가 길을 가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유로에 3G 인터넷 무료! 문자도 무료! 한국에 비해 한참이나 저렴한 요금이 너무 반가웠다.

 

 

 

 

  간단한 점심거리를 사서 공원에 털썩 주저 앉아 샌드위치와 요거트를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드디어 내가 더블린에 왔구나. 쭉 돌아서 시내 구경도 하고 동네 분위기도 한껏 느꼈다. 더 깊게 느껴보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온 길을 그대로 걸어서 돌아가보기로 했다. 더블린의 대문의 색상은 컬러풀하다. 비슷비슷한 건물에서 내 집의 문을 잘 찾아내기 위함인가? 한 시간 정도 헤매다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구글맵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4일차 : 어서와, 어학원은 처음이지?

 

  오늘은 어학원 첫 날이다. 안내데스크에서도 눈치보고 있다가 (눈치밥이 늘었어..) 스쿨레터를 제출하고 레벨테스트를 보기 위해 대기했다. 이탈리아, 브라질에서 그룹으로 온 사람들은 그들만의 무리를 만들어 다니고 있어서 말을 걸기도 어려웠다. (혼자 다녀도 말 안 걸었을 거잖아?) 레벨테스트는 객관식 문항과 스피킹 테스트로 나뉘었다. 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어버버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고 '바이바이'를 외치며 모든 시험은 끝이 났다.

 

  반 배정을 받고 LC 수업을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진행하는 수업에 낯설었지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캔틴에서 6유로를 주고 밥을 사먹었다. (첫끼 이후에 이걸 돈주고 사먹어? 라는 생각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고 한다.)

 

  2시에는 함께 시티투어를 나가서 립카드와 학생카드를 만드는걸 함께 진행했다. 나름의 오리엔테이션인 것이다. 아일랜드 명문 대학교 '트리니티 대학교' 구경도 하고,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대만 친구들과 시티 구경에 나섰다. 대만 친구들은 참 스윗했다. 나를 참 잘 챙겨줘.. 나이도 나보다 다섯살이나 어린데 사려깊고 영어도 잘한다.

 

 

5일차 : 마음만 급해서 우왕좌왕한 날

 

 

  GNIB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3,000유로가 담긴 통장 잔액을 인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통장 개설이 우선이다. 통장 개설을 위해서는 또 학원에서 뱅크레터를 받고 은행에 가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서 쉬는시간마다 인포데스크에 달려갔는데 오늘은 신청만 하고 내일 받아가란다. 오늘 은행 가고 싶은데! 왜이리 느리냐고오! (한국의 빨리빨리 시스템이 그립습니다..) 집을 못 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혹시나 뱅크에서 오는 레터가 늦게 오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홈스테이도 일주일 더 연장하고 싶어서 사무실에 갔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못알아 듣겠다. 두 번이나 물어본 후에 다음주에 오면 자세한 정보를 주겠단 답을 얻고 돌아왔다.

 

  그때 당시에는 마음이 급해서 우왕좌왕했다. 다 자연스레 해결될 일인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때의 나에게 작은 것보다는 큰 그림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른 쉬는 시간에는 집 찾기에 바빴다. 아유모(아일랜드유학생모임) 카페와 다프트(DAFT.ie) 사이트를 계속해서 접속해가면서 조건에 맞는 방이 나오면 바로 연락을 취했다. 한 집에 뷰잉을 하게 되었는데, 4인 한국인이 사는 집이었는데 내 공간이 될 곳은 한쪽만한 침대 뿐이었고 모두 공용 공간이었다. 여기 들어가면 이곳이 서울인지, 더블린인지 모르게 편하게 한국말만 쓰다 갈 것 같아서 아쉽게 포기하고 다른 방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뷰잉을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기서 만난 운하는 서울의 청계천과 느낌이 닿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6일차 : AIB 뱅크 어카운트 오픈 & 던드럼쇼핑센터

 

  오늘은 기다리던 뱅크레터를 받고 지정은행인 AIB 던드럼 Lab으로 갔다. 교외로 나가다보니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아이패드로 뱅크 어카운트를 개설하는 신기술(?)을 사용했지만 현금카드와 핀번호(비밀번호가 담긴 레터)는 영업일 기준 5~6일 이후에 현재 거주하는 주소지로 보내준다고 한다. 3,000유로 입금 이후 Full Statement는 은행에 방문할 필요는 없고 온라인 뱅킹에서 확인하면 된다.

 

 

 

 

나는 걷기를 참 좋아한다. 이 날도 던드럼에서 집까지 50분 가량을 걸었다. 날씨도 좋았고 새로운 길을 익히기엔 걷기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여유롭게 지형을 익혔다. 집에서도 홈맘에게 홈스테이 기간 일주일 연장하는 걸 물어봤고, 홈맘이 어학원으로 전화도 해준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이게요!

 

 

 

 

7일차 : 첫번째 집을 구하다.

 

  집 떠난지 일주일 째인데, 나 벌써 향수병 왔다. 집에 가고 싶다....는 아니지만 우울하고 수업도 듣기 싫고 자꾸 혼자인 기분이 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1주일쯤에 첫 번째 Home Sick 이 찾아올거라고..

 

  수업 마치고 또 다른 뷰잉, 디파짓 없고 월세가 좀 높지만 어학원이랑도 가깝고 둘이서 넓게 쓸 수 있는 방이라 보러갔다. 룸메이트 동생이 너무 귀여워서 확정짓고 나왔다. 일주일만에 방을 잡았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성급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3개월 동안 재밌게 살았다. 중국인 하우스메이트들이...80% 로 채워지기전까지는 말이다.)

 

  더블린과 계속해서 친해지기 위해서 오후에는 걷고 또 걷는다. 

 

 

 

 

8일차 : 혼자보다는 둘이서

 

  수업은 오전에 RC/LC로 구성되어 있어 1시면 끝난다. 오후는 완전 자유시간이다. 혼자서 Science Gallary 가려고 하고 있는데 클래스메이트 로사를 만나서 함께 시티로 나가기로 했다. 로사는 멕시코에서 온 아주머니인데 우리 엄마를 많이 닮았다. 왠지 모르게 정이 가고 잘 챙겨주고 싶다. 로사와 트리니티 대학교, 더블린성과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을 보러 갔다. (관광지를 하루만에 마스터?)

 

  집에와서는 주로 저녁을 먹고 블로그를 하고 복습타임을 조금 갖고 미드를 보다 잠이 든다. 시차 적응 때문일까? 10시에 잠이 드는 건전한 삶을 일주일째 유지중이다.

 

  더블린에는 펍이 엄청나게 많다던데! 펍도 가고 밤에도 좀 나가보고 해야하는데 아직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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